음뵈모

음뵈모에게 특별한 '체스'

화요일 09 9월 2025 16:12

브라이언 음뵈모에게 체스는 완전한 탈출을 의미한다.

프로 축구 무대에서는 엘리트 선수들의 모든 움직임이 주목받고 분석되지만, 체스판 위에서는 오직 맞은편의 상대만이 당신의 수를 지켜본다.

브라이언 음뵈모는 여가 시간에 체스를 즐긴다.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하고, 체스도 하고, 비디오게임도 합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는 입단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브렌트퍼드에서 이적한 이후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낸 이들이라면 누구나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브라이언은 평범한 사람이다… 단, 축구를 굉장히 잘하고, 자신이 꿈꾸던 클럽과 계약한 ‘특별한 평범함’을 지닌 선수라는 점에서.

그는 맨유에서 새로운 팀 동료들을 알아가는 시간을 즐겼고, 붉은 유니폼을 입고 올드 트라포드에서 뛰는 순간을 만끽했다.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온라인 체스를 두곤 한다.

입단 인터뷰 이후 몇 주가 흐른 시점, 우리는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체스판을 꺼내 들었다. 리모델링된 캐링턴 훈련장에서 새롭게 마련된 MUTV 스튜디오 가운데 테이블을 놓고 그를 맞이했다. 집 소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지만, 게임은 똑같았다.
 

운동선수들을 경기장의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공간으로 데려오면,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혹은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 색다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혹은 이미 알고 있던 인상을 다시 확인하게 될 수도 있다. 브라이언 음뵈모는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사려 깊은 청년처럼 보인다. 하지만 팀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새로운 집단에 적응하고 나면 그는 유머러스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물이라고 한다.

또한 그는 분명히 ‘생각하는 선수’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는 올 초 설원 트레킹 휴가를 다녀왔으며, 커리어 전반에 걸쳐 전술적 이해력을 보여왔다.

첫 인터뷰에서 브라이언 음뵈모는 ‘자동화된 움직임’이라는 표현과, 맨유에서 그것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언급했다. 이는 브렌트퍼드 시절 토마스 프랑크 감독 아래에서 배운 개념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해외 선수들이 새로운 나라에서 생활 속 대화보다 축구의 특정하고 전문적인 전술 용어를 먼저 배우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브라이언은 2019년 잉글랜드로 이적하기 전부터 약간의 영어를 할 줄 알았지만, 챔피언십에서 경기를 치르며 빠르게 언어를 익혀야 했다.

그러나 결코 부족하지 않았던 것은 ‘노력’이었다. 그는 언제나 성실한 선수였다. 브렌트퍼드에서 그는 영어와 동시에 잉글랜드 축구를 배웠다. 그리고 집에서는 체스를 두었다.
 
경기를 시작하자 인사이드 유나이티드는 체스의 수많은 오프닝 중 하나인 ‘런던 오프닝’을 시도했다. 브라이언 음뵈모의 이전 소속팀을 향한 오마주이기도 한 이 전략은, 경험 면에서 브라이언보다 부족했던 상대가 완벽히 성공시키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균형 잡힌 승부를 만들어냈다. 체스는 전략의 게임이며, 이는 축구와 맞닿아 있는 중요한 공통점이다.

축구 전술의 초기 사상가들 역시 테이블 위 물건들을 옮기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20세기 초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카페에 모여 커피잔과 여러 소품을 옮겨가며 토론했고, 몇십 년 뒤 영국에서는 생선튀김 가게에서 소금통과 후추통을 이용했다. 체스말이 조금 더 정돈된 도구였을 것이다.

체스와 축구 모두 몇 수, 혹은 몇 단계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중요하다. 공격은 종종 상대를 ‘유인’하는 데서 시작된다. 체스에서는 연속된 움직임으로 진짜 의도를 숨기거나, 상대가 둘 중 하나의 기물을 내줘야 하는 ‘포크’ 상황을 만든다. 축구에서는 ‘프레스를 유인한다’는 전술적 표현을 쓰거나, 드리블 상황에서 마타도어처럼 몸의 방향과 볼 컨트롤로 상대를 속여 반대쪽으로 보내곤 한다. 브라이언 음뵈모는 이 능력을 확실히 갖춘 선수다.
 
그러나 체스판 위에서의 대결은 당분간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브라이언 음뵈모는 한 수 한 수를 깊이 고민하며 두었는데, 이는 경기장에서 좀처럼 허락되지 않는 사치였다. 두 종목 모두 탁월한 의사결정을 요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체스에서는 한 차례 턴마다 평균 30가지 선택지가 있고, 한 판은 40여 턴으로 이어진다. 엄청난 복잡성이다. 반면 축구에서는 찰나의 순간에 무한에 가까운 가능성 속에서 본능적 판단과 즉각적 실행이 요구된다.

브라이언은 드리블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상대할 때, 균형과 몸의 움직임, 눈동자의 방향을 읽어내며 가장 효율적인 돌파 방식을 계산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는 놀라운 능력이다. 그의 주장 브루노 페르난데스도 과거 인사이드 유나이티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설명하려 한 적이 있다. TV 화면에 골 장면을 멈춰 두고 생각 과정을 묻자, 그는 3분 동안 수백 단어로 설명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가 해설한 것은 90분 경기의 단 1초에 불과했다. 최고의 선수들에게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하다.

결정은 늘 중요하다. 경기의 흐름은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다. 체스에서는 그것을 ‘실수'’라 부르며, 그 순간 게임은 사실상 끝나버린다.
 
그래서 체스를 두는 동안에는 다른 모든 것에서 벗어나 온전히 집중하게 된다. 브라이언 음뵈모에게 그 순간은 훈련이나 경기를 마친 뒤 집 소파 위에서 찾아오곤 한다. 훌륭한 세션 뒤에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힘든 하루 뒤에는 평정심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되는 일종의 기분 조절 장치라 할 수 있다.

시간이 다 되어가고, 브라이언이 승리에 가까워지자 인사이드 유나이티드 측은 기권을 선언했다. 브라이언은 승리를 받아들이면서도 끝까지 체스판을 살펴보며 경기를 분석했다. 우리는 악수를 나누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는 분명 깊이 생각하고, 머리를 쓰는 순간을 즐기며, 언제나 한 발 앞서가고자 하는 열망을 지닌 축구 선수였다. 체스는 그에게 휴식의 수단이지만, 우리에게는 맨유의 새로운 공격수를 이해할 수 있는 창이 되었다.

이 특집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월간 매거진 인사이드 유나이티드 최신호에 처음 실린 글이다. 이번 호에는 루크 쇼와의 단독 인터뷰, 아카데미 인사이트, 새롭게 단장한 캐링턴 훈련장의 속사정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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