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토나와 블랙 유니폼의 이야기

수요일 13 8월 2025 05:00

모든 세대에는 영웅이 있다. 그리고 내 또래의 대부분 맨유 팬들에게 그 영웅은 에릭 칸토나였다. 눈을 감고 ‘르 루아(Le Roi)’를 떠올리면, 우리는 그가 90년대 중반의 전설적인 원정 유니폼, 온통 검은색을 입은 모습이 떠올랐다.

양손을 허리에 얹고, 깃을 세운 채 서 있는 남자. 두려움 따위는 모르는 남자. 그리고 뭐든지… 여기엔 어떤 거친 단어를 넣어도 어울릴 만큼 멋진 남자.

내 어린 시절 머릿속에서, 그 유니폼을 입은 칸토나는 당시 맨유를 완벽하게 대변하는 존재였다. 강하고, 자신감 넘치고, 거침없고, 눈부셨다.

그리고 모든 위대한 팀은, 좋든 싫든, 결국 머릿속에 하나의 특정한 유니폼과 함께 각인되기 마련이다.
칸토나
금빛 장식이 들어간 그 검은색 원정 유니폼, 전 스폰서였던 샤프 뷰캠(Sharp Viewcam)의 이름이 전면에 새겨진 그 옷은, 오랫동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맨유 셔츠였다.

그래서 이번 시즌 서드 유니폼이 그 전설적인 디자인에 오마주를 바친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흔히 ‘블랙은 절대 유행이 지나지 않는 색’이라고들 말하는데, 그건 사실인 듯하다. 록 밴드들은 늘 주기적으로 블랙을 중심으로 한 가죽 재킷 스타일로 돌아온다. 60년대의 벨벳 언더그라운드에서부터 지난 10년의 아틱 몽키스까지.

칸토나의 멋과 맞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인 조니 캐시는, 사회의 약자들에게 공감하는 신비로운 아웃사이더에 관한 ‘맨 인 블랙(The Man in Black)’이라는 유명한 곡까지 썼다. 혹시 특정 프랑스인이 떠오르진 않는가?

블랙은 흔히 낭만과 예술성의 색으로 여겨진다. 시인과 철학자, 권력자와 열정적인 이들이 즐겨 입는 색이다. 올블랙을 선택했다면, 이는 ‘나는 진지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으러 가는 차림은 아니다. 하지만 블랙은 결국 무엇이든 담아낼 수 있기에, 칸토나처럼 독특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확률적으로, 아마도 나와는 다른 세대일 것이다.
 
당신이 꿈꾸는 맨유는, 진한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1968년 유러피언컵을 들어 올린 팀일 수도 있다. 아니면 1990년 하이버리에서 리 샤프가 애시드 하우스 스타일의 아디다스 유니폼을 휘날리며 아스널을 6-2로 완파한 팀일 수도 있다.

최근 맨유의 가장 유명한 승리 중 하나는 파리에서 분홍색 유니폼을 입고 거둔 것이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그 분홍색 셔츠는, 내게 1993~95년 검은색 유니폼이 그랬던 것처럼 설레는 추억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언제나 블랙이다. 1993년 브라멀 레인에서 빠른 역습을 마무리하던 에릭. 사우샘프턴전에서 팀 플라워스를 넘기는 칩샷. 그리고, 그렇다, 클럽에서 당한 네 번의 퇴장 중 세 번을 유발한 온갖 귀찮은 존재들에게 전혀 주눅 들지 않던 모습.

왜냐하면 블랙은 위험의 색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고 표지판이나 위험 표시에 사용되는 색.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모두 우리 팀이 상대와 라이벌에게 두려운 존재이길 원한다.
 

서드 유니폼, 언제 입을까?

 기사

모두가 화요일 아침 공개된 새로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x 아디다스 서드 유니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유니폼은 그 옷을 입고 뛰었던 팀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20년 뒤에도 
우리가 여전히 이 자리에 앉아, 지금의 새로운 블랙 서드 유니폼을 떠올리면 찬란했던 시절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때까지, 나는 계속 에릭을 꿈꿀 것이다. 우리 팀의 리더, 왕, ‘몽 디외(Mon Dieu)’, 그리고 내 기억 속 그 모습 — 블랙을 입은 남자.

이 글에 담긴 의견은 전적으로 필자의 개인적인 것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풋볼 클럽의 견해를 반드시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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