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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맨유 입단 20주년

20년 전 오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박지성 영입에 어떤 이들은 물음표를 찍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인 그는 PSV 에인트호번에서의 챔피언스리그 활약과 2002년 월드컵에서의 인상적인 경기로 실력을 입증했지만, 일각에서는 맨유가 아시아의 떠오르는 스타를 영입한 데에는 상업적인 요소가 작용했다는 의심도 있었다.

그 여름 동아시아 지역을 돌았던 투어는 그러한 의혹을 뒷받침하는 듯했고, 결국 맨유의 새 400만 파운드짜리 영입 선수에게 레알 마드리드의 데이비드 베컴과 유니폼 판매 경쟁을 벌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까지 나오게 했다.

“제가 데이비드 베컴만큼 잘생겼다면, 그처럼 밖에 나갈 때마다 팬들에게 둘러싸였겠죠,” 그는 농담 섞인 말투로 답했다.

박지성은 그 첫 투어에서 베이징 현대를 상대로 골을 기록했고, 이후 퍼거슨 감독의 '우승 머신'에서 가장 인정받는 핵심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감독, 동료, 팬 모두에게 사랑받은 그는 항상 팀을 자신보다 우선시하는 완벽한 프로였다.

5시즌 동안 4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라는 객관적인 성과만으로는 그의 영향력과 기여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피했던 수줍은 슈퍼스타였지만, 모국에서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아시아 최고의 기여자로 추앙받았다. 안드레아 피를로를 마크했던 순간부터 2009년 아스널과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빛났던 경기까지, 올드 트라포드에서의 시간은 수많은 명장면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어려운 결단 중 하나를 내린 순간은 그보다 1년 전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그런 결정을 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인물이었지만, 2008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그토록 믿음직했던 박지성을 경기일 스쿼드에서 완전히 제외시킨 것은 그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수년이 지난 후에도 그는 MUTV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그 결정이 마음에 걸린다고 고백했다.

“그때 선수들은 태도도 훌륭했고, 정말 멋진 스쿼드였어요,” 그는 말했다.

“2008년 결승전에서 내가 아직까지도 후회할지도 모르는 건, 박지성을 완전히 제외시켰다는 거예요.

“그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줬고, 이게 결승전에 오르면 겪게 되는 어려움이에요. 어떤 선수도 결승전에서 제외되어야 마땅한 선수는 없거든요.”

박지성

박지성이 이 가슴 아픈 순간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이고 넘겼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믿을 수가 없었어요,” 그는 훗날 UTD 팟캐스트에서 말했다.

“경기장에 도착해서 드레싱룸에 들어갔는데, 제 유니폼이 없는 걸 보고 ‘아, 오늘 스쿼드에 없구나’라고 생각했죠.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정말 실망스러웠어요. 가족 모두가 와 있었고, 제 나라 전체가 지켜보고 있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준결승에서 뛰었으니까요. 다들 제가 결승에서도 뛸 거라고 기대했죠. 최소한 벤치에는 있을 줄 알았는데, 스쿼드에 아예 없었어요.”

“선수 입장에선 스쿼드에 포함되지 않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감독의 결정이고, 따라야 하죠. 퍼거슨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결승 경험이 있는 오언 하그리브스를 기용하겠다고 설명했어요. 저는 ‘이번에도 못 나가면, 결승은 다시 기회가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건 감독의 결정이에요. 불평할 수 없어요. 그리고 결국 우리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잖아요. 그러니까 그 결정은 옳았던 거죠.”

비록 마음의 상처는 컸지만, 박지성은 그것이 감독과의 관계에 영향을 주도록 하지 않았다. 그는 이후에도 꾸준히 맨유에서 핵심 선수로 활약했고, 2012년 QPR로 이적할 때는 많은 팬들이 아쉬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맨유 팬들에게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타적인 성품과 조명받지 못한 영웅이라는 면에서, 박지성보다 앞서는 인물을 맨유 역사에서 찾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