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올드 트라포드에서 선덜랜드를 제압하며 반전의 기틀을 마련했다.
경기 시작에 앞서 ‘꿈의 극장’ 올드 트라포드에 모인 모든 이들은 목요일 히튼 파크 시나고그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1분간의 묵념을 엄숙히 진행했다. 이어 경기가 시작됐다.
프리미어리그 맞대결은 골키퍼 세네 라멘스에게 맨유 데뷔 무대를 선사했다. 그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벨기에의 로열 앤트워프에서 합류했으며, 데뷔전에서 무실점으로 골문을 지켜냈다.
메이슨 마운트가 전반 초반 깔끔한 마무리로 선제골을 터뜨렸고, 전반 30분경 베냐민 세슈코가 맨유에서의 두 번째 득점을 밀어 넣으며 추가골을 기록했다.
이 두 골이면 충분했다. 맨유는 토요일 오후 열린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겼으며, 경기 중 중요한 순간마다 라멘스와 상대 네덜란드 골키퍼 로빈 로에프스가 선방을 펼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원정팀은 경기 초반부터 활력을 보여줬다. 이번 맞대결 전까지 치른 6경기에서 단 1패만을 기록했던 그들은 원정 응원단의 뜨거운 성원까지 등에 업었다. 경기 시작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시몽 아딩그라가 중앙의 베르트랑 트라오레에게 패스를 연결하며 기회를 만든 듯 보였으나, 트라오레의 슈팅은 빗맞았고 아딩그라 역시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다.
팽팽한 분위기와 빠른 출발은 자칫 맨유를 흔들 수 있었지만, 단 8분 만에 상대의 기세를 잠재웠다.
브라이언 음뵈모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메이슨 마운트가 절묘하게 잡아냈다. 그는 혼잡한 페널티박스 안에서 왼발로 볼을 컨트롤한 뒤,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찬 슈팅을 골키퍼 로빈 로에프스의 손끝을 벗어나게 하며 올드 트라포드에서 자신의 첫 프리미어리그 득점을 기록했다.
초반 빠른 전개 속에서도 세네 라멘스의 침착함은 돋보였다. 그는 발밑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마타이스 데 리흐트가 헤더로 백패스를 건넸을 때도 흔들림 없이 처리하며 잠재적 위험을 차단했다. 올드 트라포드 관중석 팬들은 벨기에 출신 골키퍼의 안정적인 데뷔전 활약에 매 순간 박수로 화답했다.
음뵈모와 아마드가 전반 중반 비슷한 궤적의 왼발 감아차기로 로빈 로에프스의 선방을 이끌어냈지만, 가장 아쉬운 장면은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강력한 슈팅이었다. 깔끔하게 오른쪽 상단을 향한 그의 슈팅은 네덜란드 골키퍼가 손끝으로 쳐내며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곧이어 아마드가 리바운드를 머리로 골문 앞에 다시 연결했으나, 이는 메이슨 마운트가 마무리하기엔 조금 앞선 위치였다.
그러나 맨유는 이 놓친 기회를 오래 아쉬워하지 않았다. 전반 30분을 막 지난 시점, 끊임없는 공격 압박이 결실을 맺었다. 디오고 달롯의 스로인이 블랙 캣츠 페널티박스 안으로 향했고, 노르디 무키엘레의 머리에 닿은 볼은 베냐민 세슈코 앞에 떨어졌다.
슬로베니아 공격수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침착하게 밀어 넣으며 맨유 합류 이후 두 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그는 단 일주일 전 브렌트퍼드전에서 첫 골을 신고한 바 있다.
후벵 아모링 감독이 이끄는 맨유의 압도적 경기력에, 선덜랜드의 레지 르 브리스 감독은 결국 공격수 시몽 아딩그라를 빼고 수비수 댄 볼라드를 투입하며 포메이션을 맞추는 변화를 감행했다.
이 교체로 블랙 캣츠는 안정감을 다소 회복하며 몇 차례 반격에 나섰지만, 세네 라멘스가 그라니트 자카의 슈팅을 막아내 코너로 처리한 직후, 다이빙 세이브와 공중볼 장악으로 흐름을 차분히 정리했다.
전반 추가시간, 베냐민 세슈코의 높게 든 발이 반칙으로 선언되며 원정팀에 페널티킥이 주어지는 듯했지만, VAR 판독 끝에 스튜어트 앳웰 주심의 결정은 번복됐다. 맨유는 두 골의 리드를 지킨 채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또 한 차례 페널티 위기가 있었다. 베르트랑 트라오레가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달려나온 세네 라멘스 사이를 파고들며 맨유 박스 안에서 넘어졌지만, 스튜어트 앳웰 주심은 곧바로 시뮬레이션이라 판단하고 옐로카드를 꺼냈다. 스톡리 파크의 VAR 판독이 동원될 필요조차 없었다.
후반 초반 맨유는 전반과 같은 적극성을 보이지 못했다. 짧은 패스가 번번이 어긋났고, 공격 기회를 만들어도 슈팅은 골문을 벗어났다. 다행히 블랙 캣츠는 이를 틈타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전반에 기록한 두 골이 리드를 지켜주었지만, 바람이 거센 올드 트라포드의 분위기는 여전히 긴장감이 감돌았다. 추가골만이 이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듯했다.
그러나 노르디 무키엘레의 크로스가 문전 앞을 스쳐 지나갈 때, 교체 투입된 브라이언 보비가 단 몇 인치 차이로 공을 건드리지 못하며 또 한 차례 가슴을 쓸어내야 했다. 그럼에도 후벵 아모링 감독의 팀은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교체 투입된 마테우스 쿠냐가 세네 라멘스의 롱패스를 집요하게 추격하며 기회를 만드는 듯했지만, 루트샤렐 헤르트루이다의 페널티박스 안 정확한 태클에 슈팅 기회가 무산됐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는 맨유의 10번이 높이 솟구쳐 헤더를 시도했고, 관중석 일부는 공이 로빈 로에프스의 골문 안으로 들어간 줄 착각했으나 실제로는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브라질리안 공격수가 또다시 슈팅을 날렸지만 로에프스의 선방에 막힌 뒤, 경기 막판에는 선덜랜드가 마지막 반격을 노렸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셰므스딘 탈비가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잡았으나, 라멘스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막아내며 위기를 차단했다. 곧이어 공중볼까지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경기 막판 긴장을 완화시켰다.
맨유는 전반전에 비해 후반전 활약은 다소 무뎠지만, 필요한 만큼을 해내며 이날 승점 3점을 챙겼다. 특히 라멘스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 속에 무실점을 기록하며 맨유 데뷔전을 클린시트로 장식했다.
맨유 출전 선수
라멘스, 요로(매과이어 85), 더 리흐트, 쇼, 아마드, 카세미루(우가르테 85), 페르난데스, 달롯(도르구 64) 음뵈모(마이누 77), 마운트(큐냐 64), 세슈쿄
득점 : 마운트 8, 세슈코 31
경고: 카세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