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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FA컵 준우승

첼시와의 2025 여자 FA컵 결승전 패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매우 뼈아픈 결과였다.

‘Don’t Be So Hard on Yourself’(너무 자책하지 마)라는 제스 글린의 노래가 웸블리 스타디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맨유 선수들은 왕실석으로 올라가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2년 연속 FA컵 우승을 위해 모든 걸 쏟아부은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첼시는 전반 종료 직전 산디 볼티모르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흐름과 기세를 가져갔고,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된 카타리나 마카리오의 헤더와 볼티모르의 추가골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다음은 이번 대회 세 번째 결승 진출의 순간을 돌아보며 짚어볼 네 가지 주요 포인트다.
 
축구는 냉혹하다

맨유는 첼시를 거의 따라잡을 뻔했다. 그래서 더 아프다.

지난 11월, 킹스메도우에서 열린 WSL 경기에서는 단 한 번의 페널티킥이 승부를 갈랐고, 3주 전 리 스포츠 빌리지에서 열린 리턴 매치에서는 세트피스로 한 골을 허용하며 또다시 0-1로 패했다. 그 경기에서 맨유는 최소한 무승부 이상을 얻어낼 만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첼시는 그날 승리하며 6시즌 연속 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만약 그 두 경기의 결과가 반대로 1-0 승리였다면, 그리고 나머지 결과들이 동일했다면, 맨유는 4월 말 현재 리그 종료까지 두 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첼시를 제치고 WSL 1위에 올랐을 것이다. 그만큼 승부의 세계는 종이 한 장 차이다.

이번 결승전에서 맨유는 경기 초반 더 좋은 출발을 보였고, 1쿼터 동안 먼저 득점할 것처럼 보였다. 스코어는 0-3이었지만, 그것이 이날 경기 전체의 내용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전반 페널티킥, 후반 세트피스, 그리고 경기 막판 무너진 상황에서의 세 번째 골. 그것이 승패를 갈랐을 뿐이다.
세계 신기록에 근접했던 관중 수

2년 전 웸블리에서 열린 첼시와의 FA컵 결승전 당시, 77,390명의 관중은 전 세계 여자 클럽 축구 역사상 단일 경기 최다 관중 신기록이었다.

이번에도 그 기록에 근접했다.

이번 결승에는 74,412명의 팬이 웸블리를 찾았다. 기록 경신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지난해 맨유가 토트넘을 대파하며 우승했던 결승에서도 76,082명이 운집했다. 맨유가 출전한 세 차례 FA컵 결승 모두 관중 수 74,000명을 넘겼다.

맨유가 처음으로 결승에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여자 FA컵 결승 최다 관중 기록은 2022년 5월 첼시가 맨시티를 꺾은 경기의 49,094명이었다. 이후 관중 수가 급증한 데에는 2022년 유로 대회에서의 잉글랜드 대표팀의 성공이 큰 영향을 미쳤고, 이러한 상승세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웸블리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여온 맨유 팬들의 존재 역시 그 상승세에 한몫했다는 건 분명하다.

첼시의 포메이션 변화

이번 시즌 내내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써온 첼시는 지난 주말 리버풀과의 WSL 마지막 라운드에서 다소 이례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맨유전을 대비해 실전 테스트한 듯한 이 시스템은 결승전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다. 첼시는 이번 경기에 3-1-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고, 이는 맨유의 주요 강점을 상쇄하기 위한 대비책으로 보였다.

수비진은 상황에 따라 빠르게 스리백에서 파이브백으로 전환할 수 있었고, 키이라 월시는 그 바로 앞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하며 맨유의 빌드업을 차단했다. 맨유는 좀처럼 경기에 발을 딛지 못했고, 경기를 주도할 기회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자랑스러운 시즌

비록 결승에서 패하며 12개월 전 화려하게 들어 올렸던 FA컵을 반납해야 했지만, 이번 시즌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여정이었다.

지난 여름,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맨유는 실망스러웠던 5위 시즌을 보낸 직후였다. 그러나 여러 선수들이 그 공백을 메우며 팀을 재건했다.

엘리사벳 테를란드는 데뷔 시즌에만 12골을 기록했고, 미야자와 히나타는 데뷔 시즌 부상 여파를 이겨내고 멋진 두 번째 시즌을 완성했다. 팔론 툴리스-조이스는 첫 주전 시즌에 WSL 공동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마야 르 티시에는 주장 완장을 차고 지난달 23세 생일을 맞이한 젊은 리더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개비 조지가 긴 재활 끝에 복귀했고, 안나 산드베리가 떠올랐으며, 도미니크 얀센의 풍부한 경험과 그레이스 클린턴의 완벽한 1군 데뷔 시즌 역시 팀에 큰 힘이 됐다.

세 시즌 연속 FA컵 결승 진출이라는 자체가 대단한 업적이고, 무엇보다 웸블리에서 맞붙은 팀은 이번 시즌 무패로 국내 3관왕을 달성하며 지난 10년간 잉글랜드 여자축구를 지배해온 바로 그 첼시였다. 맨유는 WSL 3위로 시즌을 마쳤고,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했다. 앞으로 펼쳐질 여정에 대한 기대감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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