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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스의 잔류가 반가운 이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조니 에반스 같은 인물을 필요로 한다.

많은 사랑을 받아온 수비수 에반스는 37세의 나이에 현역 은퇴를 결심하며, 아카데미 시절부터 보여온 잠재력을 모두 실현한 커리어를 마무리하게 됐다. 한때 로이 킨의 눈에 띄어 선덜랜드로 두 차례 임대를 떠났던 그는, 프리미어리그 경험을 쌓고 올드 트래퍼드로 복귀해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클럽과 함께 리그 우승컵을 세 차례 들어 올렸다. 또한 2008년 챔피언스리그 제패의 주역으로도 이름을 남겼다.

첫 번째 맨유 커리어에서는 FA컵 우승만이 빠져 있었지만, 그는 레스터 시티에서 해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데 이어 2024년에는 맨체스터 시티와의 결승전에서 교체 투입돼 우승에 기여하며 마침내 유나이티드에서도 FA컵을 품에 안았다. 에반스의 마지막 공식 경기가 된 애스턴 빌라전에서 로빈 올센의 놀라운 선방만 아니었다면, 스트렛퍼드 엔드 앞에서 더 완벽한 마무리를 장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에반스가 이룬 수많은 성과—북아일랜드 대표로 107경기에 출전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뛰어난 선수였는지 알 수 있다—를 회고하며, 2015년 그를 떠나보냈던 결정에 대한 아쉬움을 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조니 같은 인물은 진정한 의미에서 절대 클럽을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유나이티드 정신을 온전히 품고 있는 몇몇 인물들이 있고, 에반스는 그 중 하나다. 그가 어디에서 뛰든 언제나 잘 되길 바라는 선수였고, 수비수로서 보여준 냉정함과 강인함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품격 그 자체였다.

‘집’으로의 복귀는 말 그대로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들었음에도 그는 여전히 경기장에서 빛나는 활약을 펼쳤고, 몇몇 인상 깊은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는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에반스는 맨유의 팬이기도 하며, 이 위대한 클럽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어떤 의미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경기장 밖에서도 그는 팬들과의 시간을 기꺼이 나누며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에 성심껏 응해왔다. 에반스는 맨유의 문화와 정체성 속에 깊이 녹아들어 있는 존재이며, 그런 만큼 큰 사랑을 받아 마땅하다. 올드 트라포드 두 차례 재직 시절 직접 대화를 나눠본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그는 스태프들을 대하는 태도 역시 그 어떤 1군 선수보다 따뜻하고 진심 어린 모습이었다.

비록 이제 에반스를 경기장에서 볼 수는 없게 됐지만, 그의 경험과 인격은 캐링턴 훈련장에서 여전히 빛을 발할 것이다.
그는 맨유에서의 여정을 몸소 경험했고, 붉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것이 어떤 압박감을 동반하는지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임대 및 선수 육성 책임자로서의 새로운 역할은 이 센터백에게 더없이 잘 어울린다. 앞서 언급한 선덜랜드 임대 시절은 유나이티드가 추진했던 최고의 임대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에반스가 클럽에 남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의 친구 톰 히튼도 최근 계약을 연장하며 함께 잔류했고, 변화를 주장하며 새로운 인물을 찾으려는 시도가 흔한 요즘, 클럽의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인물들에게 의존하는 결정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특별한 클럽이고, 에반스 같은 인물들이야말로 그 심장부에 있는 존재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캐링턴의 오랜 접수 담당자 캐스 핍스의 장례식에서, 에반스가 정성껏 준비한 추모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함께 일하는 이들에 대한 그의 진심 어린 존중과 감사를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유나이티드를 위한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에반스의 다음 목표는 후벵 아모링 감독의 1군 팀에 진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유망주들을 육성하는 것이다. 그들이 경기 안팎에서 에반스만큼의 품격을 갖춘 인물로 성장한다면, 성공적인 1군 진출은 거의 확실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본 칼럼의 내용은 작성자의 개인 의견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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