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디난드의 월드컵 조추첨 참가기

맨유의 상징적인 센터백이었던 리오 퍼디난드는 이달 초 워싱턴 DC에서 열린 화려한 조추첨 행사의 공동 진행을 맡았으며, 현장에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참석했고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축구 팬들이 생중계로 지켜봤다.

리오는 또한 월드컵이 48개국 체제로 확대되며 12개 조로 나뉘는 매우 복잡한 추첨 과정을 감당해야 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꽤 비현실적인 순간이었습니다.”라고 퍼디난드는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자라오면서 미국 대통령을 만나게 될 거라거나, 무대 위에서 그분을 향해 말을 하며 행사를 진행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잖아요. 정말 비현실적인 경험이었죠. 하지만 아주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평생 FIFA 조추첨을 지켜봐 왔습니다. 항상 잉글랜드가 잘 되길 바랐고, 우리가 누구와 붙게 될지, 다른 팀들은 어떤지 궁금해했거든요. 그런 행사에 직접 참여하게 된 건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기술적으로는 굉장히 복잡했고, 어렵기도 했습니다.”

2008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과 조추첨 중 무엇이 더 긴장됐느냐는 질문에 리오는 이렇게 이어갔다. “긴장감으로만 따지면 조추첨 진행이 훨씬 더 컸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제가 15년에서 20년 동안 해오던 일을 하는 거니까요. 긴장도 되고 약간의 두려움도 있지만, 조추첨은 미지의 영역이었고 기술적인 요소도 많아서 훨씬 더 큰 두려움과 긴장이 있었습니다.

“이름이 지금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진행 방법을 알려주고 옆에서 이끌어주던 분이 계셨습니다. 정말 대단한 분이었고 모든 걸 다 알고 계셨죠. 그런데 쇼에 들어가기 전에 제가 질문을 하면, 답변이 보통 두세 가지 포인트로 나왔습니다. 저는 ‘이걸 관중과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시청자에게 하나의 답으로 정리해서 전달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로 신경이 곤두서는 일이었습니다. 리허설을 하기 전까지, 그러니까 행사 당일 아침까지도 아내에게 ‘이거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크게 망할 수도 있겠다’라고 말했을 정도였어요.”

물론 리오는 맨유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부터 미디어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쌓아오며 카메라 앞이 익숙한 인물이다. 당시 그는 자신의 잡지를 론칭했고, 이는 결국 공식 유튜브 채널로 이어졌다.

MUTV 시청자들이라면 기억하겠지만, ‘리오의 투어 다이어리’는 여름 프리시즌 기간 동안 우리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그는 인정했다. “제가 먼저 제안했는지, 아니면 구단에서 요청했는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어떻게 할지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저는 그게 꽤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항상 팬의 시선으로 바라봤거든요. ‘투어의 뒷이야기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투어에 가서 선수들이 쉬는 시간에 뭘 하는지, 누가 탁구를 제일 잘 치는지, 당구를 치는지, 달리기 놀이를 하는지, 숨바꼭질을 하는지, 대체 뭘 하는지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팬으로서 그런 모습을 보고 싶었고, 그걸 팬들에게 전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몇몇 선수들은 조금 경계하면서 ‘이게 뭐야, 무슨 상황이지?’라고 했지만, 또 어떤 선수들은 정말 편안해했고 이런 걸 아주 좋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