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박지성 : 팬들을 사랑하지만, 응원가는 멈춰야 한다

일요일 03 10월 2021 16: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전드, 박지성이 오랜만에 인터뷰를 통해 근황을 전했다. 박지성은 맨유의 'UTD Podcast' 에 출연해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특히 자신의 응원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맨유가 직접 제작하는 'UTD Podcast'는 맨유의 공식 모바일 앱을 통해 전현직 선수, 레전드, 코칭스태프 등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최근에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출연했다. 

다가오는 주는 박지성이 주인공이다. 본편 공개에 앞서 박지성과 나눈 수 많은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한다.
 
박지성 : 이제는 말해야 할 때 동영상

박지성 : 이제는 말해야 할 때

UTD 팟캐스트에 출연한 박지성이 자신의 응원가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 (영어 인터뷰)

바로 박지성의 응원가에 대한 이야기다. 박지성은 2005년 부터 2012년까지 맨유에서 활약하며 가장 사랑받는 선수 중 하나로 인정을 받았다. 은퇴 후에는 맨유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약한다.

올드 트라포드의 팬들은 여전히 박지성을 기억하고, 응원한다. 박지성의 응원가가 최근 경기에서도 자주 나왔다. 그리고 지난 8월 울버햄프턴 원정 경기에서도 한 차례 들렸다. 황희찬의 울버햄턴 원정 입단이 발표되던 순간 원정 응원을 떠난 맨유 팬들이 박지성의 응원가를 불렀다. 

하지만 박지성이 맨유의 붉은 유니폼을 입고 뛰던 당시와 다른 반응도 있었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고,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박지성이 이제 팬들에게 진솔한 마음으로 자신의 부탁을 전했다. 

인터뷰 영상은 영상은 영어로 공개됐다. 한국 팬들을 위해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진행자 : 응원가에 대한 이야기다. 아주 유명한 본인만의 응원가가 맨유의 팬들에 의해 올드 트라포드를 채웠고, 여전히 팬들이 부르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들었다. 특히 가사 중 개고기를 먹는다는 부분이다. 선수 시절 어떤 느낌이 들었고, 은퇴한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박지성 :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번 기회를 빌어 더 명확히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대략 15년 전 즈음일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잉글랜드로 이적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0’에서 시작을 해야 하고 적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PSV로 입단했던 시절, 환경이 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때문에 처음 그 응원가를 들었을 당시에는 매우 자랑스럽게 느꼈다. 왜냐하면 팬들이 나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선수의 입장에서 자신만의 응원가가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개고기를 먹는다는 가사에 대해 들었을 당시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 가사가 허용되는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그런 부분 역시 내가 적응을 해야 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였고, 잉글랜드의 문화도 몰랐다. 그래서 내가 새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많은 부분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팬들이 나를 위해 나쁜 응원가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팬들이 선수를 위해 응원가를 만들 때에는 응원을 하고, 에너지를 주고 또 선수가 자랑스럽기 때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선수 시절 그 부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박지성 : 하지만 시간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다. 15년이 흘렀다. 그리고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한국 선수가 맨유와의 경기가 있던 날 울버햄턴에 입단했다. 그리고 맨유 팬들이 내 응원가를 불렀다. 그때 뭔가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어쩌면 그 단어에 대해 선수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전 내가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변했고, 모든 것이 변했다. 한국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쩌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곳에서만 존재하는) 고정관념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과거에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젊은 세대들은 개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개고기를 파는 식당 차제를 상상을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일들은 요즘에는 찾아보기 정말 힘든, 아주 오랜 과거의 모습이다. 문화도 바뀌었다. 물론 맨유 팬들이 당시 공격적인 의미를 전혀 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맨유의 팬들이 그런 내용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한국인들에 대한 인종적 모욕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문화를 보면 나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다양한 것들이 많다. BTS도 있고, 손흥민도 선수로서 정말 잘 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들도 전세계에서 정말 많은 인기를 얻고 있고, 여러가지 한국의 첨단 기술들도 많다.팬들에게 그런 내용이 담긴 노래를 이제는 그만 불러줄 것을 부탁한다. 더 이상 누군가를 응원하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히려 더 불편해지는 노래일 것이다.
 

진행자 : 정리하자면, 팬들의 (응원하는)마음은 잘 알고 있지만, 해당 내용이 더 이상 담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인가?

박지성 : 그렇다. 내가 은퇴를 한지 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팬들의 응원가를 들으면 여전히 그라운드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팬들이 만들어줬다는 사실에 여전히 자랑스럽다. 그 노래를 10년이 지난 지금도 듣는다. 당시의 불편함을 견디려고만 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또한 여전히 아직도 아시인이나 한국인으로서 그런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책임감을 느낀다. 지금의 세대는 완전히 다르기에 내가 뛰던 당시의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제는 그 단어를 멈춰야 할 시기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박지성의 의견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팬들이 그의 의견을 존중하길 바랍니다.

박지성이 출연한 UTD Podcast는 현지시간 10월 4일 오후에 맨유 공식 모바일 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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