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박지성이 직접 전하는 '친구' 이야기

목요일 24 6월 2021 09:04

맨체스터에 처음 도착했을 당시 저에게는 언어의 장벽이 조금 있었습니다. 그리고 멋진 친구들을 통해 모든 장벽들을...

맨유에 입단하기 전, 네덜란드의 PSV 아인트호벤에서 2년 반을 보냈습니다. 당시 저는 네덜란드어와 영어를 모두 배우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었지요. 그래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한국어와 일본어 외에는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2005년 맨유에 입단하기 전 기초적인 영어를 공부해둔 것이 도움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다른 선수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했고, 이는 팀의 문화를 알아감으로서 전체적인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 적응에 도움을 준 선수들은 모두 네덜란드 선수들이었습니다. 뤼트 판 니스텔루이와 에드빈 판 데르 사르였죠.

판 데르 사르는 저와 아주 비슷한 시기에 팀에 합류했습니다. 같은 이적 시장을 통해 맨유의 유니폼을 입었는데, 풀럼에서 이미 프리미어리그 경험을 한 상황이었습니다. 판 니스텔루이는 이미 수 년 동안 맨유에 몸을 담았기에 팀의 역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줬습니다. 특히 판 니스텔루이는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에서 활약했기에 저와의 인연이 닿아 더욱 도움이 되었습니다. 당시 저의 영어 실력은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네덜란드어보다는 의사소통이 수월했습니다. 그들과 영어로 함께 의사소통하며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네덜란드를 떠나 영국으로 오며 정말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언어였습니다. 적응을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영어를 배우고 모든 것이 함께 늘어습니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는 방법, 그리고 맨유에서 뛰는 방법 모두 말이죠.
박지성 발언

"판 데르 사르는 저와 아주 비슷한 시기에 팀에 합류했습니다. 판 니스텔루이는 이미 수 년 동안 맨유에 몸을 담았기에 팀의 역사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줬습니다. 특히 판 니스텔루이는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에서 활약했기에 저와의 인연이 닿아 더욱 도움이 되었습니다" 네덜란드를 떠나 영국으로 오며 정말 큰 차이 중 하나가 바로 언어였습니다. 적응을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영어를 배우고 모든 것이 함께 늘어습니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는 방법, 그리고 맨유에서 뛰는 방법 모두 말이죠.

그리고 몇 달 후 작은 프랑스 친구가 한 명 맨유에 합류했습니다.

파트리스 에브라와의 인연은 처음이 아닙니다. 아인트호벤 시절 챔피언스리그에서 AS모나코와 맞붙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16강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당시 경기부터가 에브라에 대한 기억의 시작입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입단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에브라 역시 방금 입단한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이미 팀에는 에브라를 도울 프랑스출신의 선수들이 있었죠. 그래서 루이 사하, 마카엘 실베스트레 같은 선수들이 에브라를 정말 많이 도왔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가깝게 지내는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에브라가 알더리 엣지라는 지역으로 이사를 했고, 저도 그렇게 이사를 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살다 함께 비디오 게임을 하는 등 같이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둘 다 프로 에볼루션 사커를 했습니다. 처음 시작한 이후 서로의 집을 오가며 게임을 하고, 저녁을 먹고 또 게임을 하다보니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저는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고, 에브라 역시 한국어를 못했죠. 그리고 둘 다 영어를 썩 잘하지는 못지만 말이죠! 아마도 축구라는 언어가 둘 사이를 도운 것 같습니다.

에브라가 입단하고 첫 몇 달 동안은 정말 팀에서 조용했습니다. 물론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에브라는 자신을 보여주기 전에 모든 사람을 알고 싶어했고, 모든 것을 알고싶어 했습니다. 팀과 선수들을 모두 파악한 후에 숨겨진 거대한 성격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라커룸에서 정말 큰 영향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듯, 에브라는 정말 목소리가 큰 선수 중 하나입니다. 아마도 3위 안에는 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퍼디난드, 네빌 그리고 에브라죠. 당시 라커룸에 있던 선수들이라면 3인방이 가장 시끄러웠다는 것에 동의하겠죠!
도대체 에브라와 어떻게 가까워진건지 잘 알지는 못하겠지만,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가까워졌습니다. 그리고 2007년 카를로스 테베즈가 팀에 합류했습니다. 3명이 함께 모두 가까워졌죠. 그것도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테베즈는 스페인어를 했는데, 에브라가 스페인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친구가 됐죠. 훈련이 끝나고 나서 훈련장에서 투-터치를 했는데, 어쩌다 보니 매번 셋이서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스페인어를 할 수 없으니 테베스와 직접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고, 테베스도 영어를 할 수 없었기에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에브라가 모든 대화를 통역했기에 가능했던 일 입니다!

셋은 서로의 언어 - 한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를 조금씩 알고 있는데, 정말 몇몇 단어에 불과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조금 나쁜 말도 있죠! 대부분의 의사소통은 영어로 하고, 에브라가 필요한 경우에는 통역을 합니다. 제 생각에는 테베즈가 영어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네요!

매번 셋이서 함께 저녁을 먹기도 하고, 경기 전 워밍업도 함께 늘 소화했습니다. 정말 거의 모든 것을 함께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원정 경기를 위해 비행기에 오르거나, 잉글랜드에서 원정 경기를 위해 기차에 타면 항상 함께 앉아서 다녔습니다.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아무런 문제 없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셋은 의사소통을 직접 할 수 없는 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편안함을 서로에게 주고 받으며 함께하는 사이였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도움이 됐습니다. 우리는 서로 즐거웠고, 팀도 모두 함께 즐거웠습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도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말 좋은 친구였고, 어쩌면 가족보다 더 많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동료 선수와의 특별한 유대 관계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프로 선수였기에, 우리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빅 매치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우승을 위해 각자 그리고 서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에브라와 테베스를 통해 맨유의 라커룸을 엿볼 수 있는데요, 아시아, 유럽, 남미 등 각자 다른 대륙, 국가에서 온 선수들이 팀에서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맨유 선수들의 진짜 분위기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그런 관계를 유지하다 보니, 더 큰 성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습니다.
박지성 발언

"테베즈는 스페인어를 했는데, 에브라가 스페인어를 할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친구가 됐죠. 훈련이 끝나고 훈련장에서 투-터치를 했는데, 어쩌다 보니 매번 셋이서 하게 되었습니다. 에브라가 모든 대화를 통역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우리는 수 차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함께했고, 또 많은 대회의 결승전에서도 함께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펼쳐진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저는 스쿼드에 포함되지 않았고, 아마도 가장 슬픈 순간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모두가 정말 대단했던 경기였습니다. 당시 에브라와 테베즈가 기억납네요. 저는 슬픔에 빠져 있었지만 둘은 저에게 다가와 안아주었고, 저를 편안하게 대했습니다. 저는 두 친구의 얼굴 표정에서 둘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실망하고, 슬퍼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일을 친구이기에 저와 함께 나누고 싶어했습니다. 둘의 표정에서, 그리고 둘이 보여준 행동에서 정말 저는 깊은 감사함을 느겼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경기가 시작된 순간 저는 팀의 승리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게 당시 우리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났습니다. 우리가 승리했고, 우리가 챔피언스리그를 차지했습니다. 아무도 탓할 수 없죠!

파티가 이어졌습니다. 절반은 즐기고, 절반은 즐기지 않았습니다. 어색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머리로는 우리가 유럽의 챔피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음 속 기분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러 감정이 섞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컵을 차지한 것은 분명 너무나 기쁘고 행복한 일입니다.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것을 차지했던 순간입니다. 물론 스쿼드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가 오직 저 하나 뿐만이 어니었습니다. 25명 혹은 그 이상의 선수가 있었지만 포함된 것은 18명에 불과했습니다.  저 혼자의 일이 아니었고, 그것이 바로 팀입니다.

저는 팀이 엄청난 성과를 이루는데 스쿼드의 일원으로 공헌을 할 수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은 각자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감독님이 선택한 스쿼드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제가 스스로 더욱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있었기에 그랬다고 생각하고 그 다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 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다시 올랐고, 저는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아쉽게도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말이죠!

그리고 테베즈가 떠났습니다. 낯선 순간이었습니다. 언제나 함께하던 친구가 떠나고 그의 공간이 남았습니다. 저와 에브라는 언제나 왜 테베즈가 떠나서 맨시티에 합류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우리는 테베즈가 그리웠지만, 그게 축구였습니다. 은퇴하는 순간 까지 언제나 같은 선수와 함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죠. 언젠가 우리는 헤어질 수 있고, 또 그 순간이 생각보다 우리에게 빨리 찾아왔습니다. 2년 후, 우리는 더 많은 순간을 함께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축구 선수의 삶이고,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테베즈가 올드 트라포드에 맨시티의 일원으로 찾아온 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벌어졌습니다. 우리에게는 정말 이상한 날이었습니다. 워밍업 역시 낯설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했고, 함께 워밍업을 경기 전에 했는데, 따로 소화해야 했습니다. 저와 에브라가 함께하고, 저 멀리 새로운 팀에서 테베즈가 몸을 푸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테베즈를 보고 낯선 마음이 든 첫 번째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프로였기에 그런 마음은 금새 사라졌습니다. 그라운드 위에서 집중하고 승리를 위해 뛰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를 안아줄 수 있었습니다. 당시 경기에서 중요한 것은 맨체스터 더비였다는 사실이고, 승리를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게 축구가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박지성 발언

"테베즈가 떠나고 낯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언제나 함께 했기 때문이죠. 테베즈가 떠나고 그 자리가 남았습니다. 에브라와 함께 왜 그가 떠나 맨시티에 갔는지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함께 테베즈를 그리워했죠"

그리고 라커룸에서 우리는 다시 둘이 되었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어떻게 둘이 친한 친구가 되었냐?"고 물어봅니다. 물어보는 사람은 많지만, 대답을 듣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일 입니다. 우리는 행복했고, 우리를 지켜보는 이들도 행복했습니다. 모두가 우리와 함께했고, 우리는 모두와 함께 웃었습니다. 팀 내에 우리의 작은 우정이 존재한다는 사실 역시 모두가 좋아했습니다.

선수들은 우리 주변에서 농담을 많이 했고, 어느 날 우리의 별명이 생겼습니다.

러시 아워.

당시 전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영화가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영화 러시 아워의 포스터에 우리의 모습을 합성해서 올렸습니다. 성룡의 몸에 제 머리가 합성되고, 크리스 터커의 몸에 에브라의 머리가 합성되었습니다. 제가 먼저 보고 에브라에게 보여줬습니다. 정말 둘 다 좋아했습니다. 라커룸의 선수들 역시 모두 재미있어하고 좋아했습니다. 하루는 포스터에서의 포즈대로 사진을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축구 선수의 삶을 내내 함께 보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2012년 제가 맨유를 떠났고, 또 낯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정말 슬프고,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7년이라는 긴 시간을 한 팀에서 보넀습니다. 그리고 뛰기 위해 떠나야 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어려운 순간이었고, 에브라에게 (팀을 떠난다고) 이야기를 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당시 둘은 같은 에이전트였고, 어쩌면 제가 떠날 수 있다는 것을 에브라도 알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정말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박지성 발언

"에브라는 정말 최고의 동료였지만, 사실 그 이상의 존재입니다. 인생 최고의 친구입니다. "

에브라는 정말 슬퍼했습니다.

에브라는 "나는 이제 누구와 함께 워밍엄을 하나?"고 했습니다.

에브라가 맨유에서 뛰는 내내 제가 함께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둘 다 슬퍼했지만 그래도 서로의 행운을 빌어줬습니다.

물론 그래도 둘은 친한 친구로 지냈습니다. 몇년 후 제 결혼식에도 왔습니다. 당시 에브라는 미국에 있었는데,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곧장 프랑스로 날아갔습니다. 먼 길을 날아와 단 하루를 보내고 돌아갔죠. 그리고 제 개인적인 일이 있을 때에도 한국을 찾아와줬습니다. 정말 고마움을 느낍니다.

요즘에도 런던 혹은 다른 곳에서 점심이나 저녁을 함께 합니다. 통화나 문자도 주고 받으며 우리의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에브라를 만난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복받은 일 중 하나입니다. 에브라는 정말 최고의 동료였지만, 사실 그 이상의 존재입니다. 인생 최고의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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