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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지에서 분투를 펼친 선수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엘란드 로드 원정에서 뜨겁게 달렸다.

엘란드 로드는 쉽지 않은 곳이다. 최근 프리미어리그에서 이곳에서는 강팀들조차 고전해 왔다. 12월 초 3-1로 패한 첼시를 비롯해, 지난달에는 리버풀이 치열하고 거친 경기 끝에 3-3 무승부를 기록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후벵 아모링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경기 전 다수의 기대를 받지 못했다. 리즈의 최근 상승세는 물론, 팀의 상징적인 존재인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포함해 아마드와 브라이언 음뵈모 등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참가 선수까지, 1군 자원 8명이 결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모링 감독 역시 금요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현실을 언급하며, 핵심 공격수 세 명이 빠진 채 리즈와 같은 장소에서 얼마나 많은 팀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럼에도 맨유는 일요일 경기에서 홈 팬들의 기세를 상당 부분 제어하는 데 성공했고, 비록 결과적으로는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전국적으로 이어진 강추위와 이른 킥오프 시간 역시 경기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첼시, 리버풀과 맞붙었던 앞선 저녁 경기들과 비교하면, 이날 경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서서히 달아올랐다.
경기 전 장내 방송으로 울려 퍼진 음악은 1990년대 특유의 ‘큰 밤을 앞둔 흥분’을 떠올리게 했다. 컴바왐바의 ‘Tubthumping’에 이어 언더월드의 ‘Born Slippy’가 연달아 재생되며 홈 팬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리즈에서 활약했던 마테우시 클리흐도 이날 엘런드 로드로 돌아와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다만 킥오프 약 10분 전까지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교적 차분한 편이었다.

이후 장내 아나운서가 양 팀의 선발 명단을 호명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맨유 선수들이 소개될 때마다 거센 야유가 쏟아졌고, 홈팀 선수들은 경기장을 울릴 정도의 환호를 받았다.

필자는 과거 맨유 미드필더로 프리미어리그와 FA 유스컵 결승까지 이곳에서 뛰었던 벤 손리 옆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그는 엘런드 로드가 언제나 선수로서 가장 힘든 원정지 중 하나였으며, 어떤 경기든 위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맨유가 마지막으로 이곳을 찾은 지 약 3년이 흘렀고, 당시 2-0 승리를 거뒀던 경기의 주역들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선수도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만큼 이날 맞대결은 시작 전부터 뜨거울 수밖에 없었고, 리즈의 응원가가 울려 퍼지자 경기장 소음은 ‘청력 보호가 필요할 수준’까지 치솟았다.
‘위 아 리즈, 리즈, 리즈’라는 후렴구는 이곳이 어디인지 분명히 각인시켰고, 세네 라멘스 역시 이를 몸소 느껴야 했다. 양 팀이 엔드를 바꾸는 과정에서 그는 강렬한 콥(Kop) 응원석을 향해 골문으로 이동해야 했다.

전반 초반 5분은 별다른 장면 없이 빠르게 지나갔고, 이후 안톤 슈타흐가 마테우스 쿠냐를 향해 거친 태클을 시도하며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엘런드 로드의 프레스 박스는 특히 열성적인 홈 팬들과 가까이 위치해 있었고, 이들은
“붙어라!”
라는 외침을 반복하며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후벵 아모링 감독이 이끄는 맨유가 점차 경기에 녹아들면서, 관중석에서는 불안 섞인 웅성거림도 들리기 시작했다. 쿠냐가 한 차례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갔고, 전반전 전반적인 흐름은 맨유가 주도했다.

도미닉 칼버트-르윈의 헤더가 골대를 살짝 스치며 잠시 긴장감을 자아내긴 했지만, 전반 종료 직전에는 루카스 페리가 간단한 패스를 그대로 터치라인 밖으로 보내는 실수가 나오며 홈 팬들의 탄식 속에 하프타임을 맞이했다.
후반전 들어 리즈는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후벵 아모링 감독이 이끄는 맨유는 몇 차례 막힌 역습을 제외하면 좀처럼 진영을 벗어나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맨유 공격에서 가장 두드러진 존재였던 마테우스 쿠냐는 집중적인 야유의 대상이 됐다. 특히 제임스 저스틴과의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광고판 쪽으로 밀려나는 장면에서는 홈 팬들의 거친 반응이 더욱 거세졌다.

그러나 리즈 팬들의 분노와 독설은 곧 환희와 기쁨으로 바뀌었다. 브렌던 애런슨이 골문 구석을 정확히 찌르며 선제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엘런드 로드의 네 구역이 동시에 폭발하듯 환호했고, 화이츠는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이 맞대결에서 리드를 잡았다.

다행히도 홈팀의 축제는 정확히 180초 만에 끝났다. 쿠냐가 수비 뒷공간으로 침투해 조슈아 지르크지의 정확한 스루패스를 받아 루카스 페리를 침착하게 제치며 동점골을 기록했다.

이후 경기장은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고, 존 찰스 스탠드 반대편, 필자의 오른쪽에 자리한 원정 팬들의 응원만이 조용히 울려 퍼졌다.
경기 종료 20분을 남긴 시점에서 승부는 여전히 안갯속이었고, 양 팀 모두 앞서기 위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었다.

베냐민 세슈코의 슈팅은 골대를 벗어났고, 마테우스 쿠냐의 슈팅은 포스트를 맞았다. 반대편에서는 세네 라멘스가 노아 오카포르의 결정적인 슈팅을 막아냈지만, 결국 결승골은 나오지 않았다. 이는 필자 주변에 자리한 홈 팬들에게 특히 아쉬움을 남겼다.

관중들은 경기 막판까지 팀을 독려했지만, 전력 공백 속에 나선 맨유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버텨냈다.

일부에서는 이번 시즌 다른 팀들처럼 역경 앞에서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맨유는 이를 보기 좋게 뒤집었다. 결국 팀은 값진 승점 1점을 챙긴 채, 수요일 번리 원정을 앞두고 M62 고속도로를 따라 귀로에 올랐다.

후벵 아모링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감정을 잘 통제했고, 다음 골을 넣을 수 있었으며 결정적인 기회도 만들었다”
며 “조금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자격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이 결과도 받아들일 만하다”고 돌아봤다.

본 기사에 담긴 견해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풋볼 클럽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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