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감독이 부임 후 처음 한 말은?

어느 날 아침, 론 앳킨슨 감독은 두 차례의 FA컵 우승이라는 인상적인 업적을 남기고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구단은 이미 그의 후임을 내정해둔 상태였다.

1986년 11월 6일, 알렉스 퍼거슨은 애버딘을 떠나 올드 트라포드로 향하는 데 합의했다.

일부 언론은 앳킨슨이 무려 5년 동안 팀을 이끌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맨유 사령탑 자리를 ‘뜨거운 의자(hotseat)’로 표현하며 다소 부당한 평가를 내렸다. 퍼거슨이 후임으로 낙점된 다음 날 아침, 신문 1면에는 금이 간 맨유 엠블럼 이미지가 크게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모르는 말이었는지, 곧 역사가 증명하게 됐다.

퍼거슨 경은 피토드리 시절부터 이미 화려한 이력을 쌓고 있었다. 그는 스코틀랜드 대표팀의 코치로서 1986 멕시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는데, 이는 플레이오프 웨일스전 승리 직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감독 조크 스타인의 갑작스러운 비극 이후였다.

셀틱을 이끌며 1967년 영국 구단 최초로 유러피언컵(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는 등, 오랜 기간 성공을 거둔 스타인은 퍼거슨의 멘토로서 수많은 조언을 남겼다.

10회의 스코틀랜드 1부 리그 우승을 이끈 그는 한때 리즈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으나 짧은 기간 만에 물러났고, 1971년에는 맨유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구단은 프랭크 오패럴을 감독으로 선임하며 인연이 닿지 않았다.

재정적인 세부 사항이 마무리되기를 기다리던 퍼거슨 감독은, 돈은 이번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드 트라포드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 세계에서 내가 애버딘을 떠나서라도 합류할 유일한 클럽입니다.”

“엄청난 도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모든 일이 너무 빠르게 진행돼서 솔직히 조금은 어리둥절합니다.”

“고(故) 조크 스타인이 예전에 제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지만 애버딘을 떠나는 건 제게 큰 아픔이기도 합니다.”

“피토드리에서 함께한 8년의 시간 동안 모든 이들과 쌓은 관계를 생각하면, 지금의 슬픔을 다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일부 언론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축구 클럽”

이 1967년 이후 첫 리그 우승이라는 숙원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퍼거슨 감독이 “리그 내 누구보다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가 지휘봉을 잡고 치른 첫 경기, 옥스퍼드 유나이티드전(0-2 패)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얼마나 많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기였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위대한 이 감독은 결국 맨유를 과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정상으로 이끌었고,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영예의 시대를 열었다.